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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5-12 09:05
[판례] 업무상 사고로 시력이 손상된 공무원이 우울증으로 자살한 경우, 공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 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대법 2015.1.29. 2013두16760]
 글쓴이 : 노무법인대양
조회 : 1,015  
【요 지】망인은 초등학교 학교시설관리 담당자로 근무해 오던 중 물탱크 순환모터의 고장 점검을 하다가 뜨거운 물이 얼굴로 분출되는 사고로 ‘얼굴화상과 각막화상(좌안)’을 입어 수술을 받았으나, 전반적인 각막상태가 좋지 않아서 지속적인 수술 등의 치료가 필요하였고 시력회복 가능성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자살하였는 바, 망인이 비록 자살하였다고 하더라도, 망인은 이 사건 상병으로 인해 신체상 후유장애와 이에 수반된 불안, 우울 등의 정서장애가 발생하였고, 그로 인한 비관적 심리상태와 정서불안 등의 상태가 지속되었으며, 자살 직전 극심한 정신적 불안상태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빠지고, 그러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할 여지가 충분하므로, 망인의 공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 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 대법원 제3부 판결
  * 사 건 : 2013두16760 유족보상금부지급처분취소
  * 원고, 상고인 : A
  * 피고, 피상고인 : 공무원연금공단
  *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3.7.18. 선고 2012누35483 판결
  * 판결선고 : 2015.1.29.
 
  【주 문】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의 남편인 망 B(이하 ‘망인’이라고 한다)이 공무상 입은 상병으로 인한 치료 중 자살에 이른 점은 인정되나 공무와 망인의 자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아 유족보상금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구 공무원연금법(2011.8.4. 법률 제1098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61조제1항 소정의 유족보상금 지급요건이 되는 ‘공무상 질병’은 공무원이 공무집행 중 이로 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뜻하는 것이므로 공무와 질병의 발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하지만,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지 않더라도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증명이 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공무원이 자살한 경우에, 공무로 질병이 발생하거나 공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그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되고, 그러한 질병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 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자살하였다고 추단할 수 있는 때에는 공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자살자의 질병이나 후유증상의 정도, 그 질병의 일반적 증상, 요양기간, 회복가능성 유무, 연령, 신체적·심리적 상황, 자살자의 주변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나.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망인은 C초등학교에서 학교시설관리 담당자로 근무해 왔는데, 2010.7.19. 08:40경 위 학교 본관 옥상에서 물탱크 순환모터의 고장 점검을 하다가 뜨거운 물이 얼굴로 분출되는 이 사건 사고를 당하여 ‘얼굴화상과 각막화상(좌안)’ (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고 한다)을 입었다.
  (2) 망인은 사고 후 병원으로 후송되어 입원치료를 받던 중 각막화상(좌안)에 대하여 2010.7.28. D병원에서 1차 양막이식수술을 받았다. 당시 망인은 좌안 각막의 표층이 전부 손상되어 각막 주변부에 허혈 소견이 관찰되는 등 각막 손상이 심한 상태였기 때문에 한 번의 양막이식수술만으로 시력 회복을 기대할 수 없었고, 위 수술 후 16일간 경과를 관찰한 결과 각막 표층의 상처는 회복되는 양상을 보였지만 전반적인 각막상태가 좋지 않아서 지속적인 수술 등의 치료가 필요하였고 시력회복 가능성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3) 망인은 2010.9.2. 동아대학교의료원에서 2차 양막이식수술을 받았는데, 당시 각막상피의 결손이 다 아물지 않았고 각막윤부의 결핍과 이로 인한 각막의 결막화와 신생혈관 소견 등이 관찰되었기 때문에 2차 수술도 시력회복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고, 각막윤부의 결핍으로 회복속도도 더딜 것으로 예상되었다. 위 수술 직후 망인의 좌안 시력은 나안 0.2였으나 같은달 20.에는 0.02까지 떨어져서 보다 근본적인 치료로서 각막과 각막윤부의 이식수술이 필요하였으나, 각막과 결막의 상태가 안정된 후에야 수술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었기 때문에 수술시기는 정해지지 않았고, 수술을 하더라도 시력이 회복될 가능성은 낮았다.
  (4) 망인은 사고 이후 병가를 내고 치료를 받았는데, 의사의 지시에 따라 주로 집 안에서 생활하였고, 추석 무렵에도 원고 이외의 다른 가족들과는 만나지 않았다.
  (5) 망인은 이 사건 상병의 회복이 느리고 추가 수술을 받아야 하는 등 치료가 장기화됨에 따라 향후 치료에 대한 걱정이나 그로 인한 불안감과 위축감 등을 호소하기도 하였는데, 2010.9.26. 원고와 형제자매들에게 핸드폰으로 “눈이 안 보이는 것이 너무 고통스럽다. 아내와 아이 그리고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아무렇게 막 살아온 세월이 너무 아쉽고 허망하다. 아이를 잘 부탁한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후, 같은 날 16:05경 체육공원에서 준비한 끈으로 철봉에 목을 매어 목숨을 끊었다.
 
  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망인은 공무 수행 중에 당한 이 사건 상병으로 인해 신체적 고통에 시달렸을 뿐 아니라 시력상실에 대한 불안감, 자신과 가족의 처지에 대한 비관 등으로 상당한 심리적 위축감과 정신적 자괴감에 빠졌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심각한 신체 손상에 동반하여 우울증이 발생하는 것은 흔한 현상으로 이 사건 사고로 인해 망인이 중증의 우울증 상태에 빠졌을 가능성이 높다. 망인으로서는 이 사건 상병으로 두 차례의 양막이식수술을 받았으나 각막의 광범위한 손상으로 인해 회복이 느리고, 각막과 각막윤부이식수술이 추가적으로 필요하였으나, 그 수술을 하더라도 시력이 사고 이전으로 회복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었고, 그로 인한 절망감으로 망인의 우울증세는 더욱 악화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망인은 이 사건 상병을 입은 후 신체적 고통과 시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정신적 불안감에 시달리다가 극심한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발병하여 사고 발생 후 두달 여 만에 자살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그리고 망인은 이 사건 상병을 입기 전까지 우울증 등의 정신적 질환으로 진단을 받거나 치료를 받은 전력이 없었고, 다른 요인으로 우울증에 걸렸다거나 자살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망인이 비록 자살하였다고 하더라도, 망인은 이 사건 상병으로 인해 신체상 후유장애와 이에 수반된 불안, 우울 등의 정서장애가 발생하였고, 그로 인한 비관적 심리상태와 정서불안 등의 상태가 지속되었으며, 자살 직전 극심한 정신적 불안상태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빠지고, 그러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할 여지가 충분하므로, 망인의 공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 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망인의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자살을 결의하게 된 데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망인이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등에 관하여 좀 더 면밀하게 따져보지 아니하고, 이 사건 상병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망인이 자살할 정도의 정신장애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거나 그로 인하여 정상적인 행위선택능력 등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 빠져 자살하게 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가볍게 판단하여, 망인의 사망과 공무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하고 말았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공무상 재해에서의 공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민일영
  대법관 박보영
  주심 대법관 김신
  대법관 권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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